(김태완 바오로 영성지도신부님)
(주님 공현 대축일)
주님 공현 대축일을 그리스어로는 에피파네이아 ἐπιφάνεια[epipháneïa] 라고 하며 많은 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발음으로 표현합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통하여 아기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이 세상에 알려진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일반적으로 ‘공현 대축일’을 말하면 동방박사의 방문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3세기경부터 동방교회에서 지내 온 ‘공현 대축일’의 본래 주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신성을 드러내신 사건이었습니다. 즉 ‘카나 혼인 잔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신 것과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신성이 드러난 것이 ‘공현 대축일의 주제’였습니다.
동방교회에서 시작된 공현 대축일은 한 세기가 지난 4세기경부터 서방교회에도 지내게 됩니다. 서방교회에서는 ‘동방박사의 방문’, 즉 ‘예수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심’을 주된 주제로 공현 대축일을 기념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본래 ‘주님 공현 대축일’ 안에 들어있었던 ‘주님 세례’는 ‘주님 세례 축일’로 따로 분리해서 축일을 지내게 되면서 ‘주님 공현 대축일’은 ‘그리스도께서 이방 민족들에게 알려짐’이라는 주제만을 갖고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 동방박사들의 방문은 예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니라 이방 사람들에게도 알려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니라 이제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음을 드러내는 표징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 때문에 오래전부터 ‘주님 공현 대축일’을 또 하나의 ‘성탄 대축일’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처럼 주님 성탄은 그리스도께서 유다 민족에게 알려진 날인 ‘주님 성탄 대축일’, 그리고 세상 모든 민족에게 알려진 날인 ‘주님 공현 대축일’을 통해 기념하여 왔습니다.
이 공현의 자리에는 성모님께서도 함께하고 계셨습니다. 동방박사의 방문이 성모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들의 방문을 성모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셨는지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동방박사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마태 2,11) 라는 말씀을 통해 그들의 방문은 성모님께서 동의하셨기에 가능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해 찾아온 이방인들을 받아들였던 성모님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향한 자리 내어드림, 하느님의 뜻에 함께하는 성모님의 순명과 협조의 모습을 묵상해 볼 수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며 성모님의 모습을 본받아 하느님의 사업에 전적으로 협조하며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하여 나의 자리를 내어드리도록 합시다.